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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가격결정과 암묵적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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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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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가격결정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서 담합을 촉진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알고리즘 가격결정에 대한 기존 문헌에서는 알고리즘이 암묵적 담합을 촉진하는지에 대한 학술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가격결정 알고리즘을 채택하고 사용하는 것이 경쟁적인 시장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실증 분석도 없었다.
이 상황에서 최초의 실증 분석 사례로 여겨질 만한 논문이 최근 나왔다.¹⁾ 이 논문은 2017년부터 알고리즘 가격결정 소프트웨어가 널리 도입된 독일 주유소 시장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2016~2018년 기간의 고빈도 가격/특성 데이터가 종속변수가 된다.
독일 주유소는 대부분 대형 기업과 연계되어 있다.(한국으로 치면 GS칼텍스, S-OIL 등) 또한 본 연구에서 중요한 사실이 두 가지 존재한다. 독일은 2013년부터 가격 투명성 제도를 도입하여 주유소들로 하여금 가격 변동을 기관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가격을 즉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대형 정유사 Shell은 가격 매칭 보장 제도를 사용하여 인근 10개 주유소의 최저가에 맞추도록 하였다.
독일의 알고리즘 가격결정 소프트웨어는 2017년부터 도입되었다. 다만 해당 소프트웨어들은 AI, 머신러닝 등을 홍보할 뿐, 작동 방식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은 가격, 매출, 교통량, 환경 요소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최적의 가격을 제시해 준다고 알려져 있다. 소프트웨어의 도입은 본사 차원과 개별 주유소 차원으로 이루어진다. 알고리즘 소프트웨어의 도입 과정은 1990년대 전자 결제 시스템 도입 과정과 유사하였다. 본사가 주도하였고, 개별 주유소들은 비용을 이유로 단계적으로 도입하였다.
각 주유소가 알고리즘 가격결정 소프트웨어를 도입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저자는 구조적 변화(structural break)라는 간접적인 방식을 사용한다.
1.
하루에 주유 가격을 몇 번 바꾸었는지 (일주일 동안의 평균)
2.
라이벌 회사의 가격 변화에 대한 평균 반응 시간 (일주일 동안의 평균)
3.
원유 가격 쇼크에 대한 반응성 (5분 이내에 반응했는지 확인)
4.
지역 날씨 충격에 대한 가격 반응성 (5분 이내에 반응했는지 확인)
표를 보자.
주유소 알고리즘 채택 이전과 이후 가격 및 마진 변화.
별표(*)가 있는 숫자의 경우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왼쪽의 변수가 위의 종속 변수와 유의미한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이다) Adopter x postadoption 항목을 확인할 경우, 주유소가 알고리즘을 도입하자 마진과 주유 가격이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때 한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유소의 알고리즘 도입 때문에 발생한 결과가 맞는가? 마침 주유소 알고리즘을 도입한 해당 주유소들에는 가격이 높을 만한 다른 특성들이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예컨대, 하필이면 그러한 주유소들의 사장님이 배짱이 좋아서 평소에도 가격을 배포 있게 잘 올리는 곳이었다면? 그래서 마침 주유소 알고리즘도 다른 주유소들에 비해 빨리 도입한 것이라면?
단순한 예시이지만, 우리가 모르는 다른 특성을 가진 일부 주유소가 빠르게 가격 알고리즘을 도입하였고, 그러한 특성들이 가격이나 마진에 영향을 미쳤을지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채택 이전 시기에도 해당 주유소들과 마진 및 가격의 상관관계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Adopter x 7-12 months preadpotion, 13+months preadoption 항목을 확인한다면, 이들은 도입 이전에도 더 높은 가격을 내세우고, 더 큰 마진을 얻고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이 배제되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저자들은 도구변수²⁾를 넣었다. 저자들이 도구변수로 제시한 것은 전체 브랜드 주유소들 중 알고리즘을 채택한 주유소의 비율이다. 브랜드 주유소가 도입을 결정한 것이라면 우리는 주유소 사장님의 배짱이라든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요인들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상당히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들의 예측대로 브랜드의 도입 결정과 마진 및 가격의 상관관계만이 나타났다.(이를 2가지 방법으로 나누어 제시했는데 다소 복잡하여 이 부분은 생략하도록 한다.)
이외에도 저자들은 이러한 효과가 경쟁적인 상황에서 나타나는지, 비경쟁적 상황에서 나타나는지 파악하고자 하였다. 만약 알고리즘이 공급과 수요를 예측함으로써 합리적인 가격 설정을 돕는다면 비경쟁적 상황(독점적 상황)에서도 마진과 가격 상승이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암묵적 담합 등의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면 경쟁적 상황에서만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실제 결과표는 경쟁적 주유소들(Nonmonopolist Stations) 사이에서 이러한 결과가 발생하였음을 보여준다.
시간대에 따른 독점 시장과 경쟁 시장의 분류.
독점 시장은 가격이 아침 9시에 유의미하게 하락하고 오후 5시에 증가하는 패턴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이것이 알고리즘을 통한 가격차별화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반면 경쟁 시장에서는 12시부터 가격이 상승이 관찰되었으며 오후 5시에 가장 큰 인상폭을 보여주었다. 이는 알고리즘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암묵적 담합 가능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알고리즘 가격 결정 시스템의 경쟁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규제 당국이 전통적인 명시적 담합만을 다루기보다 새로운 형태의 담합 유인 기술에 주목할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또한 알고리즘 가격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입장이다.
첨언하자면, 이외에도 저자들은 몇 가지 사안들을 더 조사하였다. 다만 본 글이 지나치게 장황해질 것을 고려하여 다루지 않았다. 본 연구의 한계는 주유소의 알고리즘 채택 여부를 간접적으로 파악했기에 일부 누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독일 주유소 업계로 한정하여 연구하였기에 다른 국가나 다른 업체에도 이러한 효과가 나타날지 알기 어렵다는 점, 독점 시장과 경쟁 시장의 구분이 다소 애매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제시할 수 있겠다.
해당 논문은 발행일이 최근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용수를 기록하고 있다.
각주
¹⁾ Assad, S., Clark, R., Ershov, D., & Xu, L. (2024). Algorithmic pricing and competition: Empirical evidence from the German retail gasoline market.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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