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다음 세대의 쌀이요 석유요 반도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 중국과 대적 가능했던 유일한 아시아 국가였던 한국의 신화가 이렇게 무너진다.
일본, 대만, 동남아에서 왓츠앱과 위챗의 시장 확대를 저지하고 한국 주요 시장에의 수출을 아주 강력하게 지원했던 것은 한국의 빅데이터 밸류체인이었다. 2010년대 한국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는 기성 제조업뿐만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신산업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
이 빅데이터 밸류체인은 곧 데이터 수집, 분석, 큐레이션, 저장과 활용으로 이어진다. 특히, 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만드는 데 필요한 트레이닝 데이터셋과 테스트 데이터셋의 마련, 즉 '분석'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SQL과 noSQL을 넘나들며, 배치 데이터와 리얼타임 데이터를 넘나들며 데이터의 활용을 가능케 하는 스토리지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구글과 메타와 아마존이 왜 죽기 살기로 데이터센터를 전 세계에 구축하려 하는지도 이 정도면 설명이 가능하다. 우루과이의 수자원을 마르게 하면서까지 그럴 가치가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미국은 중국과의 AI 전쟁에서 완승을 거두었다. MS와 OpenAI는 패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도 세워놓은 상태이다.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데이터이다. 데이터는 산업 합리화의 기반이 된다. 인공지능 설계의 기반이 된다. 국정 합리화의 기반이 된다.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계량경제학의 방법론을 적용할 수 있게 한다.
LINE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지분이 모두 일본에 매각된다면, 당사가 갖고 있는 세계의 모든 데이터센터와 그 데이터의 처리, 활용에 대한 권리 모두를 소프트뱅크 이사진이 갖게 된다. 한류와 한국 산업을 이끌던 굴지의 빅데이터 밸류체인의 통제권을 일본이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아시아의 미래 주도권 경쟁에서 한국은 2선으로 밀려난다.
과연 윤석열 정부가 미래 산업, 미래 먹거리에 대한 이해를 1KB라도 가졌는지 의심된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어쩌니, AI 시대에 대비하겠다느니 말은 참 거창하게 했는데, 정작 그것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했다는 티가 하나도 안 난다.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인 일본으로부터 데이터는 사 오면 된다고 믿는 느낌이다.
기업들에게,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 맡기면 뭐든 잘 해결될 거라고 믿는 건가? 방임도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 정부 앞에 네이버는 무력했다. 자유시장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시장 실패의 특이한 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AI 시대를 한국이 선도하겠다고 떵떵거리기 전에 '학습 데이터셋'이 무슨 뜻인지, AI 설계와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 우리 경제와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까지 최소한의 공부라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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