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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과 진보정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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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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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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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지지 커뮤니티에선 여러 여론조사 세부 지표를 토대로 조국혁신당 지지층이 진보당 후보인 강성희와 윤종오를 더 지지하는 경향성이 있음을 언급하며 지방선거에서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논했다. 조국혁신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보면 이해가 가는 주장이다. 현재의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더 나아가 검찰 독재로 상징되는 한국의 사법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검찰 해체와 사법제도 개혁은 이미 진보당이 민주당에 비해 10년 이상 앞서 주장한 진보좌파적인 논의이기도 하기에, 조국당의 정체성이 명확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또한 조국혁신당에는 민주노동당 출신의 신장식 사무총장을 필두로 해 여러 진보정당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있기도 하다. 당의 강령과 정책 역시 민주당에 비해 '왼쪽'임을 명시한다.
이러한 근거로, 조국혁신당이 19-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왼쪽 측면을 언제나 담당해왔던 심상정·노회찬의 정의당을 대체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 글에서는 조국혁신당이 지향하는 진보·좌익적 정치가 무엇이며, 진정으로 조국당이 정의당을 대체할 새로운 진보 정당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다루어볼 것이다.

1. 녹색정의당의 추락과 조국혁신당의 등장

22대 총선을 앞두고 당명을 녹색정의당으로 교체한 정의당은 오랜 기간 동안 민주당 지지자들의 '교차투표'의 수혜를 받아왔다. 지역구는 민주당에, 비례대표는 정의당에 주는 유권자가 상당했다. 실제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득표는 33%에 그친 반면, 정의당의 비례 득표는 10%에 달했다. 민주당의 지역구 득표가 49%에 달했음을 고려한다면 민주당 유권자 다섯 중 하나는 정의당에 투표한 것이다. 노회찬 의원의 말대로, "평소에는 일본과 한국이 싸우지만 외계인 쳐들어오면 같이 싸워야 하지 않겠냐"라는 생각을 가진 유권자가 많았다. 이들은 중도의 눈치를 보아야하는 민주당이 할 수 없는 진보개혁적 공약을 정의당이 할 것이라 기대하고 표를 주었다.
그러나 정의당이 21대 국회 내내 민주당 발목잡기식 표결을 이어나가고, 급기야는 검찰 독재에 의해 행해진 야당 대표에 대한 초유의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는 우를 범하며 범민주 유권자들의 표심은 떠나고 말았다. 또한 기존 지지 기반인 울산과 창원 등의 노동자 벨트에서도 공중전과 지상전 모두 진보당에 밀리면서, 지지세와 동시에 조직력도 급격히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은 비례 득표 2%에 그치며 단 한석도 얻지 못했다. 울산시에는 단 한 명의 후보도 공천하지 못했고, 그나마 경남 노동자 벨트 대표로 나선 여영국 전 대표는 고작 8%의 득표에 그치며 4년 전의 35%를 득표한 저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하는 조국혁신당. 국회사진기자단.
이러한 배경 속에서 조국혁신당이 부상했음은 분명하다. 조국혁신당은 정의당 탈당파인 신장식 사무총장을 영입하고, 기존 정의당이 표방했던 여러 진보적 개혁 정책을 스스로 표방하겠다 선언하며 진보진영 유권자들의 표를 흡수했다. 다시 말해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기존에 정의당에 원했던 '민주당과 비슷하지만 더 왼쪽인 정당'을 자처함에 따라 더욱 효과적으로 민주당 유권자들을 포섭했다. 그 결과 정의당의 초라한 추락과 달리 조국당은 역대 제3지대 당 중에서는 국민의당 다음으로 좋은 성과를 내며 12석의 의석을 단독으로 확보했다.

2. 녹색정의당 몰락의 진짜 원인

그러나 이것이 진정으로 진보정치의 재탄생인지에 대해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많은 이들은 정의당 몰락이 국민의힘 2중대를 자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맞는 말이지만 사실 근본적으로 보자면 민주당 2중대를 자처했기에 몰락한 것에 가깝다. 2010년 지방선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다른 정당이었다. 정책 연대나 단일화도 적었고 서로 공격하는 빈도가 잦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폐단이 거듭됨에 따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으로 대표되는 진보3당은 민주당과 연대하는 일이 늘어났고,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처음으로 야권연대를 발족시켰다. 기존 민주당 지지층이 보기에 너무 급진적이었던 일부 통합진보당 내 당권파 세력이 몰락한 후, 그들로부터 떨어져 나간 정의당은 야권 지지자들에게 '독자성을 갖춘 좌파 정당'이 아닌 '더욱 진보적인 민주당'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광화문광장에서 무릎을 꿇은 녹색정의당. 심상정 페이스북.
이는 양날의 검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정의당은 기존 민주노동당과 달리 지역 기반을 확장하기보다는 '지민비정'이 가능한 비례대표를 통해 의석 수를 늘리는데 집중하게 되었다. 20대 국회 내내 정의당은 비례대표 제도 개혁을 내세웠고, 상대적으로 지방권력 확보에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11%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전라남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광역의원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21대 총선에서도 심상정만이 40%에 살짝 못 미치는 득표율로 3선에 성공하며 지역구 장악력에 있어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독자적인 정책 수립에 있어서도 점차 실패했다. 노랑봉투법 등 좋은 정책이 많았지만 대체로 '민주당 공약보다 더 급진적인 범민주당 공약' 정도로밖에 유권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법안 통과에 있어 언제나 민주당과의 합의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교차투표에 기대며 안일하게 행동했던 정의당의 밑천이 21대 국회에서 드러나고 말았다. 기실, 정의당이 그동안 강경 야권 정당으로서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민주당이 보수적인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손학규, 주승용, 이종걸, 김진표 등 여러 보수파에 의해 통제되었던 2016년 이전의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으며, 2021년 이전에도 이낙연, 송갑석, 전해철 등 보수적인 세력이 당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다. 그랬기에 정의당은 이런 '수박'에 맞서 선명야당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표를 안전하게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 후보 선출 이후 당 내 개혁이 가속화되고, 민주당이 주4일 노동제, 전국민 노동보험 등 진보적 정책을 강령으로 선택하며 좌향좌하자 정의당은 설 곳을 잃게 되었다.
출구조사 예상 0석 발표 후 당직자가 모두 떠난 녹색정의당 개표상황실. MBCNEWS.
정리하자면 정의당의 몰락 원인은 그들이 지민비정 교차투표 유권자에 의존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유지할 만한 독자적 정책, 지역기반, 지지기반을 확보하는데 안일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왼쪽'은 이상적인 구호이지만, 왼쪽은 상대적인 가치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그 자체로 왼쪽으로 이동한다면 민주당의 왼쪽을 자처해온 정의당은 그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독자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더 좌경화해야 했지만, 정책 연구와 지역기반의 미비로 인하여 그 역시 쉽사리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간편하게도 국민의힘의 편을 드는 것으로 독자성을 유지했다. 정의당은 이재명 체포동의안을 비롯해 여러 개혁 법안에서 민주당과 반대편에 섰고, 이는 스스로의 지지기반을 완전히 무너트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선거를 직전에 앞두고 전환 등 일부 좌파 그룹이 당의 과감한 좌경화를 시도했지만 이미 국민의 마음이 떠난 이상 큰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

3. 조국혁신당은 진보좌파적 독자성을 갖추고 있는가?

조국혁신당 역시 비슷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진보좌파 세력의 추동력을 불어넣는 것은 언제나 노동자와 농민이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의 원내 입성을 이루어낸 것도, 폐허가 된 진보당을 끌어올려 준 것도 노동자 농민의 표심이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은 검찰개혁이라는 큰 대의를 제외한다면 다른 정책에 있어서는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지 못하며, 도리어 진보 정당이라고 보기에는 보수적인 정책도 다수 포진되어 있다. 즉, 장기적으로 조국혁신당이 진보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더 나아가 기후/여성 등 좌파 단체의 지지가 필수적이나, 조국혁신당이 그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정책에 있어 혁신성을 드러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총선 소감을 말하는 조국 대표와 배경에 걸린 조국혁신당 비례 후보 명단.
조국혁신당의 비례 명단에 노동자, 농민, 여성운동가가 없다는 녹색정의당스러운 비판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의 정책과 발언을 살핀다면, 그들의 노동관은 민주당보다도 더 보수적인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4월 2일 KBS 주관의 비례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조국혁신당 비례후보 강경숙은 노란봉투법을 두고 "민노총 구제법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라는 발언을 했다. 노란봉투법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파업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게 한 법으로, 21대 국회의 대표적인 노동입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경숙 후보가 '민노총'이라는 비하적인 약칭을 사용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 입법을 민노총 구제법이라는 투로 공격하며 당의 노동관마저 의심케 했다. 민주노총 산하의 금속노조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강경숙 후보의 노동 멸시적 사상을 비판하고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였다.
또한 조국혁신당이 추구하는 사회연대임금 정책 역시 실효성이 지적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대기업 노동자를 향한 지나친 임금을 억제해야 한다면서, 임금 인상폭을 낮추는 대기업에게는 정부가 세제혜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대기업 노동자를 향한 역차별 논란이 존재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대기업이 직원 임금을 인하한다고 하여 그 돈이 온전히 비정규직과 하청으로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깎으면서도 대기업이 그 돈을 하청 노동자에게 지급해야만 한다는 구속 조항이 존재해야 하지만, 조국혁신당의 정책에서 그러한 부분을 찾을 수 없다. 게다가 세제혜택을 대기업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편법 절세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진정한 사회연대임금을 위해서는 하청 및 산별 노조의 교섭권 보장과 강력한 구속 조항을 통한 대기업 압박이 필요하나, 조국 혁신당은 그러한 정책을 내고 있지 못하다. 그 점에서 민주당의 노동정책에 비해 더 진보적이고 좌파적인 부분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해 노동계의 의심을 받고 있음도 분명하다.
기후정책과 여성정책에 있어서도 민주당과의 차별점을 분명히 하지 못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기후정책에 있어 경제적인 인센티브 측면을 강조하고, 여성정책은 저출생 문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조국혁신당의 정책 역시 대동소이하다. 조국혁신당은 '기후에너지부'를 설립하고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여러 재생에너지 기업을 지원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는데, 이는 이재명 대표의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저출생 문제에 있어서도 육아휴직 활성화 등 민주당의 정책과 거의 비슷한 정책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가부장제 해체, 경력단절 극복 등 한국 사회에서 시급한 남녀차별 실태와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결국, 조국혁신당의 '진보성'이라고 하는 것은 현재 정치적인 쟁점이 윤석열의 폭압적인 검찰 독재와 토건 비리를 비롯한 여러 사법적·행정적 모순에 전적으로 맞춰져있기에 부각되는 것일 뿐이다. 여러 정책에 있어 이전에 비해 좌경화한 녹색정의당이 뚜렷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당이 검찰과 윤 정권에 가지고 있는 오류적인 접근 방식으로 인하는 부분이 크다. 이 점에서 조국혁신당은, 현재의 정치적인 상황을 두고 보자면, 정의당에 비해서는 더 '왼쪽'으로 비추어지곤 한다. 그러나 노동자, 농민, 기후, 여성, 한미관계 등 다른 여러 쟁점에 있어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진보좌파적인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지 못하다. 도리어 진보당과 연대하며 친노동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최근의 더불어민주당보다도 퇴행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결국, 조국혁신당은 2020년의 정의당과 마찬가지로 민주당과 비교했을 때 지속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을만한 독자성에 있어 한계를 보이고 있다.

4. 노동자·농민 지역에서 경쟁력이 낮은 조국혁신당

실제로 조국혁신당은 좌파 정당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 농민 밀집 지역에서 유독 경쟁력이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진보당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여러 지역을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동자의 도시 울산시에서 조국당은 전체적으로 22.17%를 득표했다. 현대차와 현중의 영향으로 노동자 표심이 강한 북구와 동구에서는 각각 24.68%, 21.87%를 득표했다. 이를 진보 4당(민주당, 조국당, 정의당, 노동당)의 전체 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하면 남구는 43.3%, 동구는 39.9%이다. 반면, 울산시 전체에서 조국당이 진보4당의 득표에서 차지한 비중은 45.2%였는데, 이는 노동자들이 밀집한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노동자들이 조국당에 표를 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음을 드러낸다.
반면, 더불어민주연합은 북구와 동구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였다. 민주당은 울산 전체에서는 24.21%를 득표했으나, 동구에서는 28.44%, 북구에서는 29.21%를 득표하며, 두 지역에서 모두 뚜렷한 경쟁적 우위를 보였다. 진보 정당 내에서 이 표가 차지하는 비중은 51.2%, 51.8%로, 울산시 전체에서의 49.4%에 비해 높았다. 반면 중구, 남구, 울주군에서 민주당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조국당이 우위를 보였는데, 특히 울산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인 남구는 유일하게 조국당이 민주당을 비례득표에서 앞지른 지역이었다.
경상남도와 호남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친민주 성향 중산층이 다수 거주하는 김해시에서 조국당은 26.38%를 득표해, 진보4당 득표율의 49.4% 지분을 차지했지만, 진보정치의 심장인 창원 성산구에서는 22.72% 득표로 전체 비중의 44.6%에 그쳤다. 중공업 노동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거제시는 더불어민주연합이 조국혁신당을 가장 크게 앞지른 지역 중 하나였다. 호남 지역의 경우, 조국혁신당은 광주 시내, 여주시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높은 득표를 거두었으나, 전농의 영향이 강력한 구례군, 순창군, 화순군(각각 41.64%, 43.84%, 41.34%)에서는 호남 평균(43~49%)에 비해 낮은 득표를 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서울특별시 강남구, 서초구, 인천광역시 연수구, 경기도 분당구 등 중산층 내지 중상위 계층이 다수 거주하는 보수적인 지역에서는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에 비해 월등히 좋은 경쟁력을 보였다. 예를 들어 분당 서울대병원이 위치한 구미동 제4투표소에서 조국혁신당은 15.01%를 득표해 6% 남짓을 득표한 민주당을 크게 제쳤다.
이러한 모든 정황은 노동자, 농민 및 여러 좌파 유권자 집단이 조국혁신당에 비해 민주연합을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동남권은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세부 결과를 보면 창원시 성산구, 울산시 북구, 울산시 동구와 같은 노동자 벨트에서는 민주당이 기존 국힘 의원을 낙선시키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이는 여러 좌파 집단이 이전에 비해 이재명 대표에 대해 더욱 호의적으로 반응하고 있고, 반대로 조국혁신당에 대해서는 진보좌파 정당의 대안으로서 생각하지 않음을 명확히 드러낸다. 반대로 말해, 조국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주로 대도시에 거주하는 2~50대 중산층~상위계층 유권자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현재의 조국혁신당은 '부르주아 자유주의 정당'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진보좌파 정당으로서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5. 조국혁신당이 추구하는 진보정치란?

조국혁신당이 추구하는 진보정치은 노회찬의 진보정치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조국혁신당은 과거 민주당 지지자들의 교차투표에 의존했던 정의당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지민비조'라 불리는 새로운 교차투표에 당세를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조국당은 정의당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에 비해 더욱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모습을 드러내겠다고 공약한다. 이런 점에서 과거 정의당과 현재 조국당의 모습이 비슷하고 조국당이 지지를 얻는 부분도 노회찬에 대한 4050 세대의 열광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하다. 현재의 민주당이 더욱 진보적이고, 개혁적으로 변모한다면 조국혁신당은 자신의 포지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로 박주민이나 정청래, 우원식 등 당내 진보개혁파가 거론되는 현재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박수를 치는 조국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결국, 개인 정당으로서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박찬종이나 안철수, 정주영, 문국현 등 기백이 있는 제3지대 정치인들은 한국 역사에 많았지만 그들의 독자 정당은 성공하지 못했다. 여러 의제에 있어 일관되게 거대 양당과 차별성을 드러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진정한 제3지대란, 독자적인 지지 기반과 독자적인 정책 연구를 일궈낼 수 있는 정당에 국한되며, 그것을 과거 민주노동당이, 그리고 지금의 진보당이 부분적으로 해내고 있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조국 대표라는 카리스마 있는 개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므로 충분한 독자성을 드러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책적인 면에서도 노동, 여성, 농민, 기후, 외교 등 여러 문제에 있어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만약 유일한 차별성이었던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의 의제마저 민주당의 좌경화로 차별성을 잃는다면, 특별한 지역 기반이 존재하지 않는 조국혁신당은 급격히 붕괴되고 말 것이다.
물론 조국혁신당이라는 당이 가지고 있는 메리트와 의의, 장점도 명확하다. 현재 조국혁신당은 한국에서 가장 명확하게 국가에 의한 폭력을 비판하고 있는 정당이다. 미셸 푸코가 말했다시피, 근대 국가는 여러 법치적 시스템을 통해 개인을 통제하고, 억압하고자 한다. 현재 검찰 독재 권력은 형식적 법치주의를 통해 개개인의 삶을 유린하고, 파괴하고 있다. 이것은 진보좌파 정치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대추리 사건이나 용산 참사 등은 자본이나 외세의 폭력이라고도 규정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국가권력의 폭력이다. 그동안 여러 진보 정당은 경제적, 혹은 외교적 투쟁에 초점을 맞추며 이러한 구조적 국가폭력에 대항할 뾰족한 정책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은 과도한 검찰 독재와 관료주의를 지적하면서 정의당이 줄곧 거론하는데 실패해왔던 국가권력 폭력의 명확한 근절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레닌이 말했다시피 이러한 국가적인 폭력은 결국 경제적인 폭력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는 들뢰즈가 말했다시피 폭력의 원인은 너무 다양하고 우발적이라 하나의 요소만을 최종심급으로 지적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폭력을 근절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진보·좌익 정당은, 국가에 의한 폭력뿐 아니라, 신자유주의로 표상되는 현 대한민국의 경제적 불평등 타파를 중심으로 하여, 여성, 환경, 성소수자, 청년, 실업자, 노동자 등 다양한 약자에 대한 다양한 폭력을 근절하는 것에 최종적 목표를 두어야 한다. 조국혁신당의 근본적인 한계는 이것을 하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그러므로 조국 대표는 현재 자신이 지향하고 있는 여러 정책의 방향성을 고민하면서, 당이 지속 가능한 진보적 정당이 되도록 여러 정책에 있어 연구를 거듭해야 할 것이다. 현재 진보당이 울산과 서울 성저십리, 호남 농촌 등에서 이루어내고 있는 지역 단위 풀뿌리 정치 역시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진보당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여러 진보 결사체와의 연대 역시 고민해야 한다. 만약 그런다면 조국은 단순한 야권 지도자를 넘어 한국 진보·좌익 진영을 이끌 큰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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