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민생 점검'차 방문해 대파 한 봉을 손에 들고 가격표를 보며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할인을 포함해 2,760원이었던 양재점의 대파 가격은 대통령 방문 직전 1,000원, 방문 당일에는 875원까지 급락해 윤 대통령을 맞이했는데요. 다음날 아침 양재점에는 이례적인 가격 소식을 듣고 손님이 몰려 7시간 만에 대파 1천 단이 모두 소진되는 촌극까지 일었습니다. 장학사가 온 교실에서, 사단장이 온 생활관에서, 그때 우리에게 새겨진 해묵은 시대착오를 그들이 일하는 방식으로부터 다시 마주합니다.
고개 숙이지 않는 정권
식어가던 화두가 재점화된 것은 뜻밖에 당정 인사들의 언행 때문이었는데요.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사건 7일 후 하나로마트 성남점을 방문해 대파 가격이 875원인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당시 발언에 "5개 대형마트가 다 같은 가격"이라며 말을 얹었었던 송미령 농림부 장관도 이 자리에 재차 동행했습니다. 정부는 일주일 간 해당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수정 국민의 힘 수원 정 후보.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
"875원 그거는 한 뿌리 얘기하는 겁니다."
이수정,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 中
같은 날(25일) 방송사 유튜브에 출연한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 정 후보는 "대파 한 봉지에 몇 개가 있느냐에 따라 한 줄기 당 단가가 달라진다"라며 서두를 열더니 "875원은 한 뿌리를 얘기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했는데요. 진행자의 가벼운 핀잔에도 이 후보는 "당사자(윤 대통령)에게 (단인지 뿌리인지) 정확히 물어봐야 한다", "대파는 뿌리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라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물가에 대한 책임 여당으로서의 답변을 묻는 진행자의 이어진 질문에 이 후보는 '전 정부의 책임'을 가장 먼저 언급했습니다. "장을 하도 많이 본다"라는 이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수원의 물가에 대해선 "가게에 따라 다르다. 재래시장은 아직 싸다."라고 말했는데요. 한편, 대한민국의 재래시장 점유율은 불분명한 가격, 위생 상태 등을 이유로 9.5%(2020년)까지 하락한 상태입니다.
수원의 프로'파'일러
다음 날인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이 후보는 이번에는 대파를 들고 나타나 "오늘 제가 아주 대파 격파합니다", "한 손에는 일곱 뿌리, 한 손에는 여덟 뿌리, 두 단에 5천 원, 5천 원에 15뿌리, 한 뿌리에 얼마일까요?"라며 의중을 알 수 없는 말투로 선문답했습니다. 지금은 찾아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영상이 된 이 영상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캠프 관계자는 "후보의 실언보다 (공약 등의) 본질을 봐 달라"라고 말을 흐렸습니다.
이수정 후보. 본인 페이스북.
본질은 선거입니다. 수원 정 현역 박광온 의원이 민주당의 공천 과정에서 하위 20%에 들어 탈락하고, 김준혁 후보가 자신의 경쟁 상대가 된 예측불가의 선거판이죠. 같은 라이브 방송에서 "후보가 바뀌었는데 지지율이 저렇게 나오는지 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얼굴이 알려진 자신과 상대 후보의 구도를 '개인 대 조직'의 경쟁이라 규정한 이 후보는 이어 "국민의힘은 몰라도 한동훈 위원장님은 진짜 인기가 많다. 제가 40%를 찍는데 굉장히 큰 발판이 됐다."라고 판을 읽었습니다. 과연 후보 본인의 형세판단이 맞을까요? 한 위원장이 수원에 몇 번 더 방문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썸네일
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