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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집단과 패자 집단: 선거 패배와 화병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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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4/04/28 07:44
형식
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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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로, 국민의 의사를 정치적으로 반영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유지하는 아름다움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내는 냉혹함을 보인다. 선거에서 패배를 경험한 집단은 패자 집단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학계는 선거에서 패배한 집단을 패자(Losers)로 명명해 왔다.(Anderson & Guillory 1997¹⁾; Anderson 2005²⁾; Bernauer & Vatter 2012³⁾; Singh et al. 2012⁴⁾)
선거에서의 패배가 분노와 실망감을 자아내는 것은 타당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유권자로서 자신의 의사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무시되고, 자신이 지지하지 않거나 심지어 혐오하는 정치인이 자신을 대변하는 대표자로 선출되는 상황을 목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 연구에서는 선거 이후 패자 집단이 승자 집단에 비해 민주주의에 대한 낮은 만족도나 신뢰를 보인다고 주장하였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정치제도나 민주주의에 불만을 갖게 된다. 반면 승리할 경우 자신의 정책 선호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거나 단순히 정당이 이기는 것 자체만으로 만족하기 때문이다.(Blais et al. 2007⁵⁾; Plescia et al. 2021⁶⁾; Singh 2014⁷⁾)
또한 남성이 여성에 비해 경쟁과 승리에 의미를 더 크게 부여하여 만족도가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다.(Williams et al. 2021⁸⁾) 선거 전 기대치가 높을수록 동일한 성과에도 승리감이 약해진다는 연구도 있다.(Plescia 2019⁹⁾)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이번 한국 총선에 대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때 정치적 패배에 따른 불만이 정치 체제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킨다는 사실은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다. 민주주의 정치체에 대한 지지가 약화되면, 정치 체제에 대한 불신이나 포퓰리즘의 증가가 나타날 수 있고,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합의제 민주주의를 제시한다.(합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는 레이프하트의 'patterns of democracy'에 나타난다. 한글로는 ‘민주주의의 유형’으로 번역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읽어보도록 한다) 다만 이에 대한 논의는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오늘 다룰 연구는 기존의 연구들에서 확장된 건강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승자-패자 효과가 민주주의의 만족도만이 아니라 주관적인 건강 인식 및 복리후생(well-being)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정치 패배와 건강에 대한 기존 연구는, 2008년 이후 패배 집단의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였다는 연구(Stanton et al. 2009¹⁰⁾)와 선거 시기에 후생 지표가 하락하였다는 연구(Schreiner 2021¹¹⁾) 등이 존재한다. 정치 패배는 자신이 희망하던 방향으로 정치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희망을 대다수의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함을 의미한다. 외부 집단이 자신의 집단, 이익, 안전 등을 위협할 가능성을 인식하게 된다. 안전에 대한 감정(feelings of safety)이 저하되고, 스트레스와 공격성 그리고 불안감은 증가한다.
이때 이러한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는 변수(상황)들도 존재한다.(이런 걸 매개변수라고 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설명하겠다)
첫째로, 승자-패자 격차가 정치적 관여도가 높은 시민,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시민에게 강하게 나타난다(Plescia 2019¹²⁾; Singh 2014¹³⁾)는 기존 연구를 통해 저자는 위와 같은 효과가 선호 정당이 승리한 집단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보았다.
둘째로, 신생 민주주의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민주주의 기간이 긴 국가들은 언제든 다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만, 신생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일수록 선거 패배가 충격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변화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Toshkov, D. & Mazepus, H., 2023¹⁴⁾. 왼쪽에 있는 변수는 왼쪽에 있을수록, 오른쪽에 있는 변수는 오른쪽에 있을수록 효과가 큰 것이다. 점선에 걸친 건 안 봐도 된다.
그렇다면 결과를 보자.
Old democracies가 기존부터 민주주의를 하던 선진 민주주의 국가, New democracies가 신생 민주주의 국가다.(저자는 권위주의 국가에서 전환된 지 20년 넘은 국가도 여기 포함했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승자 집단이 만족감을 느끼는 정도가 신생 민주주의 국가 승자 집단에 비해 적다.(행복감, 기대감 등도 마찬가지) 반면 신생 민주주의 국가 승자 집단은 불안감, 비관도 등이 줄어드는 정도가 선진 민주주의 승자 집단에 비해 크다. 신생 민주주의 국가에서 효과가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Toshkov, D. & Mazepus, H., 2023¹⁵⁾.
전체 시민, 투표자, 당원 간의 차이를 보았다. 역시나 당원은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아쉬운 점은 패자 집단의 주관적 복리후생이나 건강이 하락했다는 직접 증거를 제시하기보다 승자-패자 집단의 격차를 제시하는 데 주력하였다는 점이다. 저자는 주관적 복리후생의 감소에 따른 정치 참여 저하와 극단적 정당으로의 투표 가능성(Kavanagh et al., 2021)에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재밌는 사실로 승자-패자 집단에 따른 건강 악화는 스포츠에도 적용된다. 당신이 응원하는 스포츠 팀이 패배하면 당신의 테스토스테론은 감소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1.
주관적 건강에 대한 인식은 승자-패자 집단에서 격차가 발생한다.
2.
당에 애착이 있는 유권자거나, 신생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
3.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정치 참여가 위축되거나 극단적 정당으로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
참고 문헌
¹⁾ Anderson, C. J., & Guillory, C. A. (1997). Political institutions and satisfaction with democracy: A cross-national analysis of consensus and majoritarian systems.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91(1), 66-81.
²⁾ Anderson, C. (2005). Losers' consent: Elections and democratic legitimacy. Oxford University Press, USA.
³⁾ Bernauer, J., & Vatter, A. (2012). Can't get no satisfaction with the Westminster model? Winners, losers and the effects of consensual and direct democratic institutions on satisfaction with democracy. European Journal of Political Research, 51(4), 435-468.
⁵⁾ Blais, A., & Gélineau, F. (2007). Winning, losing and satisfaction with democracy. Political Studies, 55(2), 425-441.
⁶⁾ Plescia, C., Daoust, J. F., & Blais, A. (2021). Do European elections enhance satisfaction with European Union democracy?. European Union Politics, 22(1), 94-113.
⁹⁾ ¹²⁾ Plescia, C. (2019). On the subjectivity of the experience of victory: Who are the election winners?. Political Psychology, 40(4), 797-814.
¹¹⁾ Schreiner, N. (2021). Changes in Well-Being Around Elections.
⁴⁾ Singh, S., Karako , E., & Blais, A. (2012). Differentiating winners: How elections affect satisfaction with democracy. Electoral Studies, 31(1), 201-211.
⁷⁾ ¹³⁾ Singh, S. P. (2014). Not all election winners are equal: Satisfaction with democracy and the nature of the vote. European Journal of Political Research, 53(2), 308-327.
¹⁰⁾ Stanton, S. J., Beehner, J. C., Saini, E. K., Kuhn, C. M., & LaBar, K. S. (2009). Dominance, politics, and physiology: Voters' testosterone changes on the night of the 2008 United States presidential election. PloS one, 4(10), e7543.
¹⁴⁾ ¹⁵⁾ Toshkov, D., & Mazepus, H. (2023). Does the election winner–loser gap extend to subjective health and well-being?. Political Studies Review, 21(4), 783-800.
⁸⁾ Williams, N. S., Snipes, A., & Singh, S. P. (2021). Gender differences in the impact of electoral victory on satisfaction with democracy. Electoral Studies, 69, 10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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