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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주년 노동절] 세상은 노동자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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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4/05/01 06:58
형식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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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34주년 노동절이기도 하지만 건설노조 조합원으로 분신한 故 양회동 열사의 1주기이기도 하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번 총선에서 유독 아파트 가격에 민감한 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많이 당선되었다. 국민의힘은 세속적인 욕망을 이용해 수도권에서 여론조사를 뒤엎고 선전했고, 안철수나 나경원과 같이 앞장서 노동권 탄압을 자행해 온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안철수 후보는 '아파트'라는 이름의 천박한 로고송을 사용하기까지 했다. 아파트는 이제 한국 자본주의의 상징과 같이 되었다. 부동산 시세차익으로 돈을 벌고, 투기에 투기를 더하는 풍조가 이제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이번 선거 역시 수도권 부촌 한정으로는 재건축, 종부세 선거였다.
진보진영 지식인들은 이러한 현상을 분석하면서, 왜 부동산에 대한 열망이 국민의힘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혹은 왜 대응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 커뮤니티 내에서도 아파트 가격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연동되는 것이 우려된다며, 이에 대해 어떤 선거전략을 취해야 할지에 대해 여러 논의가 오갔다. 그런데 모두가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그 아파트를 짓는 것은 바로 노동자라는 사실이다.
기실, 건설노동자들은 정말 많이 죽고, 다친다. 연평균 1,444명이 다치고, 26명이 죽는다. 한국에서 산재사고를 숨기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하면 더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으리라 생각된다. 재작년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 당시 숨진 것도 실질적으로 건설에 책임이 없었던 일반 노동자들이었다. 책임을 져야 할 건설사 대표들은 거의 처벌받지 않았다. 6명의 노동자가 이 사건에서 죽음으로 내몰렸다. 빛나는 아파트의 도시 뒤에는 노동자 산재의 그림자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아파트, 투기 혹은 투자의 대상이 되는 이 아파트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건설 노동자들이 벽돌 한장 한장 쌓고, 중장비를 움직이고, 크레인을 운전해서 지은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이 과정은 생략된다. 정말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파트를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숭고한 작품이라기보다는 돈 넣고 돈 먹는 투자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는다. 여기서만 그쳐도 다행이다. 우리 사회에서 건설 노동자들은 멸시의 대상이다. '건폭'이라고도 불리고, 잘해도 '노가다'라고 불린다. 일용직 노동자라고 하면 대접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재밌는 일이다. 우리가 사는 집을 짓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존경해 마지않을 그들의 일을 멸시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양회동 열사도 비슷한 이유로 분신을 택했다. 양회동은 건설노조 조합원으로서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다. 10년 가까이 건설노동자로 활동하면서 산재를 입거나, 인권 유린을 당한 노동자들을 도왔다. 그러나 정권과 사측에서의 탄압은 거세졌고, 단순한 권리를 얻기 위한 노동조합 운동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지에 내몰렸다. 그랬기 때문에 양회동은 분신을 택한 것이다. 양회동의 분신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빛은, 노동자들이 그림자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있을 수 있음을 알리고자 한 행위였다. 우리 사회에 살아가는 수많은 투명인간 같은 노동자들을 주목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스스로의 몸에 불을 질렀다.
건설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이 세상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러하다. 매일 6411번 버스를 타고 강남 빌딩에 출근하는 청소 아주머니들도 노동자이지만, 그 뒤에는 새벽에 일어나 6411번 버스의 운전대를 잡고 눈 비비며 운전하는 버스운전 노동자들도 있다. 교사도, 공무원도, 마트 종업원도, 야쿠르트 아주머니들도 모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뒤에서 열심히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매일 자신의 일을 부단히 해나가면서 스스로를 단련하는 이들의 정신은 얼마나 숭고한가.
오늘은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날이다. 우리가 밟고 있는 대지, 우리가 숨 쉬는 공기는 어머니 지구가 준 것이지만, 그 위에 이룩한 인간의 문명은 노동자들이 이루어낸 것이다. 사회의 빛에 감추어져 언제나 그림자로서 살아가는 노동자들을 위해 오늘을 보내자.
하지만 그것으로 그쳐서도 안 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과 개악이 얼마나 거센가. 양대 노총을 향한 검찰독재의 공격은 얼마나 가차 없는가. 노동절의 대의는 노동자에 대한 단순한 경의로서 끝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양회동 열사는 유서에서 '민주당과 진보정당, 노조의 연대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노동개악을 파훼하는 것'을 요구하였다. 노동자들이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길거리에 나서야 한다. 단결투쟁! 천만 노동자 단결로 노동해방! 세상을 노동자에게!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처음으로 민주노총 사무총장 전종덕과 한국노총 위원장 김주영을 동시에 당선시키는 성과를 냈다. 그 점에서, 난 퍽 낙관적이다. 양대 노총이 언제나 싸워왔지만, 윤석열이라는 거악에 맞서 하나로 단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은 일이다. 민주당과 조국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역시 189석이라는 거대 의회 권력을 얻은 만큼, 노동해방이라는 의제를 위해 투쟁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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