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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大 시위, 정치깡패 습격해 流血진압

날짜
1960/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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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4월 18일), 3·15 부정선거와 마산 의거에 항의하는 뜻을 품고 평화 행진을 벌이던 고려대 학생 시위대가 정치깡패들에게 습격당해 수十여명의 학생들이 크게 다쳤다. 이들은 태평로 국회의사당에서의 연좌데모를 마치고 귀교하던 와중이었다. 일행에서 낙오되어 교정으로 돌아가지 못한 한상철 군(화학59)은 눈을 크게 다친 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三월 리승만 대통령과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 사태에 대한 의거의 들불이 마산에서 서울로 번지는 형국이다.
왼쪽 눈이 -군중을 향해 쏘지 말라고 적힌- 최루탄에 관통당한 채 유기된 김주열 군의 시신이 마산항 부두 앞바다에 떠오른 것은 지난 十一일이었다. 지난 二월 대구 고등학생들의 횃불을 건네받은 죄로 유혈진압당한 하필 그 마산이었으니, 형님 된 입장에서 서울의 대학생들이 민주주의를 배운 바 데모를 준비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타 대학에서도 날짜를 잡은 것을 학내에 상주하는 경찰들은 알고 있었다. 다만 이번 신입생 환영회 대목에 운집한 고려대 총학생회의 움직임이 개중 가장 빨랐을 뿐으로 보인다.
동대문 앞 로터리를 지나는 고려대 학생 시위대. 고려대학교 박물관.
三千명 규모의 시위대가 고려대 본관 앞 인촌의 동상에 모인 것은 금일 오후 한시께였다. 학생들은 거꾸로 쥔 빗자루에 천을 걸어 "민주역적 몰아내자", "자유·정의·진리 드높이자" 등이 적힌 현수막을 급조하였다. 학생 시위대가 후술할 선언문을 채택하고, 정문을 나서 안암동-동대문-종로를 거쳐 의사당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수萬여명의 시민들이 시위대의 뒤를 따르는 상태였다. 말 그대로 같은 길을 걷겠다는 中·高 동생들이 꼬마 연사로 나서자 재학생들은 큰 환호로 화답했다.
고려대 유진오 총장은 네시께 마이크를 잡아 여섯시까지 상황을 수습하였고 그쯤 하여 시위대도 데모 해산을 약속하였다. 학생들이 교정으로 돌아가는 길은 경찰이 엄호하기로 했다. 한데 신문사 차량과 그 안의 기자들이 동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차가 돌연 시청 방면 을지로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본지는 이것이 경찰과 깡패들 사이에 물밑으로 합의된 유도 행위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4.18 고려대 시위 피습 사건 부상자 명단. "곤봉 엇개(어깨) 맞다", "머리 터지다" 등. 문화재청.
끝내 을지로四가를 지나 종로四가에 이를 무렵 천일백화점 일대 가두 양편의 어둠 속에서 대기하고 있던 깡패 一백여명이 별안간 나타나 벽돌과 몽둥이로 행렬의 머리통을 마구 후려갈겼다. 정치깡패들의 무기는 쇠망치부터 갈고리까지 둔기와 흉기를 가리지 않았다. 피칠갑이 된 학생들이 유언이라 마음먹은 고함을 질러대자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二百명이 스러지고 그 十分之一이 중상을 입기까지는 채 十분도 걸리지 않았다. 남은 학생들은 벽돌을 밟고 애국가를 부르며 마저 길을 지나 八시가 되어서야 흩어졌다.
치안국, 계엄사와 연줄이 있는 임화수가 근래 대한반공청년단의 종로구 단장이라는 것 같다. 그 직함을 달고 신도환 등을 위시한 동대문패 화랑동지회 패거리들에게 이 '실무'를 지시한 것이다. 이들을 누가 키웠는지 국민들과 학생들은 알고 있다. 폭력의 손을 빌려 정치의 실마리를 푸는 정권의 못된 습관이 민주시민들의 계도에도 불구, 고쳐지지 않는다면 최근 이어진 시위들의 목적과 구호는 곧 머지않아 '독재 타도'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다.
이하 금일 十三시 박찬세 고대신문 편집국장이 쓰고 이세기 정경대 학생위원장이 읽은 선언문을 싣는다.
친애하는 고대학생제군! 한 마디로 대학은 반항과 자유의 표상이다. 이제 질식할 듯한 기성독재의 최후적 발악은 바야흐로 전체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기에 역사의 생생한 증언자적 사명을 띤 우리들 청년학도는 이 이상 역류하는 피의 분노를 억제할 수 없다. 만고 이와 같은 극단의 악덕과 패륜을 포용하고 있는 이 탁류의 역사를 정화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후세의 영원한 저주를 면치 못하리라. 말할 나위도 없이 학생이 상아탑에 안주치 못하고 대사회투쟁에 참여해야만 하는 오늘의 二十대는 확실히 불행한 세대이다. 그러나 동족의 손으로 동족의 피를 뽑고 있는 이 악랄한 현실을 방관하랴.
존경하는 고대학생동지제군! 우리 고대는 과거 일제하에서는 항일투쟁의 총본산이었으며 해방 후에는 인간의 자유와 존경을 사수하기 위하여 멸공전선의 전위적 대열에 섰으나 오늘은 진정한 민주이념의 쟁취를 위한 반항의 봉화를 높이 들어야 하겠다.
고대학생동지제군! 우리는 청년학도만이 진정한 민주역사 창조의 역군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여 총궐기하자.
구호 하나. 기성세대는 자성하라. 하나. 마산사건의 책임자를 즉시 처단하라. 하나. 우리는 행동성이 없는 지식인을 배격한다. 하나. 경찰의 학원출입을 엄금하라. 하나. 오늘의 평화적 시위를 방해치 말라.
《고려대학생 4.18 선언문》
“손으로 글자를 쓰던 시대는 지나가고 타자기로 찍는 시대가 왔다”
공병우 타자기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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