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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준석의 '각자도생', 시치미 떼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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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2 11:59
형식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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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은 지기 싫고 권력은 갖고 싶다. 무책임한 욕망은 걷는 발자국마다 딜레마를 만든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해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서는 억울하다고 외쳤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아직까지 한 번도' 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가 이렇게 사라지게 두실 겁니까?"라는 그의 되물음은 차라리 투정 같았다. 말에 하필 '쏟아진다'라는 동사를 쓰는 것은 그것에 마치 유체와도 같은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나온 "우리 정부가 여러분 눈높이에 부족하겠지만 그 책임이 저한테 있지는 않지 않습니까?"라는 면피성 발언은 물론 실망스러웠지만 그래서 놀랍지 않았다. 한 위원장이 윤석열 사단의 선봉에 선 '조선제일검'이자 윤석열 정권의 첫 법무부장관임을 그의 응석을 듣는 국민들 모두는 기억하고 있다. 왜인지 심통이 난 정권의 황태자가 형성한 저기압 전선, 여당 후보들이 피해야 할 소나기가 한둘이 아니다.

용산을 피하는 방법

윤석열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 2022년 5월 22일.
윤 대통령 취임 13일차,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는 "대통령 하나 바꿨는데 대한민국 국격이 올라갔다"라고 말했다. 지금 그는 먼 길을 돌아 개혁신당의 당 대표로 있다. 정치 자영업자로서 혐오보다 더 큰 시장을 알아봤을까. 요즘 그는 자신을 '윤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할 국회의원 당선자'로 소개한다. 선명함을 강조하는 야권의 투사가 됐다. 이준석계 4대 요인이라는 '천아용인' 중 한 명인 천하람 개혁신당 공동위원장도 시류의 막차에 편승했다. 천 위원장은 지난 27일 MBC의 한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윤석열 정권 하는 꼴을 보면 (채 상병 사망 사건, 김건희 명품백 수수 등)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라며 "(사실관계가 밝혀지면) 저희도 당연히 탄핵에 동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의 공약 홍보 영상에 원희룡 국민의힘 계양 을 후보와 함께 출연해 "좋아, 빠르게 가!"를 외친 바 있다. 그가 '양두구육'(羊頭狗肉·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팔았다)이라는 고사성어를 처음 꺼낸 것은 승전의 전리품이 한창 분배되던 그해 8월이었다. 선거철에 되살아난 이준석 대표의 '반윤 호소'는 얼마큼의 진정성을 가질까.
용산과의 디커플링이 절박한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만우절인 4월 1일, 거짓말같이 나타난 윤 대통령은 장장 50분에 이르는 대국민 담화를 남겼다. 약 14000자 분량의 해당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심정지에 빠진 생후 33개월 아이가 상급병원으로 전원하지 못해 숨진지 하루 만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 담화를 보고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을 보면서 멸종을 예감하는 공룡들의 심정'에 자신들의 처지를 비유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집권 여당 대표로서, 정부가 폭넓게 대화하고 협의해서 국민을 위한 결론을 내줄 것을 (윤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요청드렸다"라며 면을 세웠다. 한 위원장이 지난 1월 23일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에게 90도 직각 인사를 했던 것을 기억하는 국민들의 입장이 퍽 무색하다.

끝나가는 2년 약정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인사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2024년 1월 23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밑으로 무너져내린 것은 불과 취임 3개월 만이었다. 그때부터 선거 직전인 지금까지 리콜을 원하는 주권자들의 민심은 변한 게 없다. 주권자들은 꾹 참고 2년의 약정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당내 권력 투쟁에서 밀려난 후에야 자신의 '양두구육'을 참회한 전 여당 대표에게, '조각 미남'을 위시한 언론의 낯간지러운 찬사 속에 정치판에 데뷔한 현 여당 대표에게 국민들은 행적의 맥락과 일관성을 묻고 있다. 그 이력의 행간에서 무엇이 그들을 이끌었는지를 간파한다. 모순에는 책임이 따른다.
마지막 핵가족 세대라는 지지기반 위에 '3년은 너무 길다'라는 슬로건을 기치로 꽂은 조국혁신당의 비례표 25% 돌풍이 아니었다면 지금 범보수 인사들의 피난길은 더 늦어졌을지 모른다. 선거일이 임박하자 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스레 드리우는 여당 후보를 찾기 어려워졌다. 위기를 부르는 남자가 들어앉아 있는 용산에 가까워질수록 커지는 경고음 속에, 그 기회주의자들은 빈곤한 신념을 끌어안고 오늘도 밀려나는 전선과 함께 도망자의 낙원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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